넷플릭스 한국판 곡성 범죄 스릴러 추천작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1950년에서 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인간의 마음속에서 마르지 않고 분출되는 욕망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여주는 넷플릭스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3대의 이야기를 담은 2시간이 넘는 긴 영화로 작가가 참여했다는 내레이션은 짧고 빠르며 같은 주제의 여러 이야기가 담긴 단편소설집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는 게 쉽지 않은 영화지만 인간 군상들 속에 그리고 내 마음속에 숨어 있는 악마의 모습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그것들이 늘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살인, 성폭행 등을 일삼는 목사, 온갖 비리의 온상 보안관, 찰나의 순간을 위해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 다루듯 하는 사진작가 그리고 전쟁의 참혹함까지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말이 무색하게 공포와 증오가 만들어낸 허상 속에서 자신을 지켜가며 살아야 하는 우리 삶의 단면을 영화에서 보는 것 같아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줄거리를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40년대에서 60년대 사이의 미국 남부인데요. 남태평양 전쟁에 참가했던 윌라드 러셀(빌 스카스가드)이 고향인 오하이주 노컴스티프로 돌아오던 중 웨스트버지니아주 콜크리크의 음식점에 들러 요기를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장래 아내가 될 샬럿(헤일리 베넷)을 만나게 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극 초반이라 무심코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데 이곳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사람이 두 명입니다. 한 명이 윌라드가 한번 보고 첫눈에 반했던 샬럿이고 또 한 명은 보안관 리 보데커(세바스찬 스탠)의 여동생 샌디(라일리 키오)인데 그녀는 사진가 칼(제이슨 클락)이 좋아하는 마스크를 하고 있어 그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윌라드는 전쟁에서 돌아오면서 기념으로 사온 술과 권총 한 자루를 아빠에게 선물하는데 아빠는 이 총을 잘 간직했다가 나중에 윌라드 아들인 아빈(톰 홀랜드)이 성장해 성인이 되던 날 아빠의 유품이라고 선물합니다. 윌라드는 아내가 암으로 죽던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아들이 성인이 되는 모습을 보지 못해요.

윌라드 부모님은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얘기를 했음에도 같은 마을에 사는 헬렌 해튼(미아 와시코우스카)을 며느리로 들이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다행인지 헬렌은 마침 교회를 방문했던 목사 로이(해리 멜링)에게 빠져서 그와 결혼하게 되면서 윌라드는 샬럿을 찾아가 프러포즈하고 결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윌라드와 샬럿은 아들 아빈을 낳고 헬렌과 로이는 딸 레노라(엘리자 스캔런)를 낳게 되는데 레노라는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됩니다. 그녀 부모가 여행을 간다고 딸을 윌라드 부모님께 잠시 맡기고 집을 떠났는데 돌아오지 않아요. 훗날 그녀가 산속에서 시체로 발견되는데 로이가 어이없게도 그녀를 부활시켜보겠다며 죽였는데 아이들 소꿉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참 황당하더라고요. 그녀가 살아나지 않자 시체를 산속에 묻어버리고 도망 가버립니다.


윌라드는 전쟁에서 일본군이 포로로 잡은 미군을 산 채로 십자가에 못 박아 놓은 모습을 본 뒤로는 신을 믿지 않았었던데 아내와 아들등 사랑하고 지켜야 할 가족이 둘이나 생기자 다시 기도를 시작합니다. 집 부근 숲속에 십자가를 세워놓고 시간 날 때마다 가서 기도를 해요. 아들과 함께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밀렵꾼들이 비웃습니다만 아랑곳하지 않아요. 그리고 훗날 기회가 왔을 때 그들이 다시는 비웃지 못하게 응징합니다. 아들에게도 학교 가서 맞고만 다니지 말라고 아들을 차에 태워 데려가서 이들을 응징하는 모습을 다 보게 해요. 영화에서는 훗날 아빈이 기억하는 가장 멋진 아빠의 모습이라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옵니다.


기도하는 모습이 좀 지나친 것 말고는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세 들어 사는 집을 사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꿈꾸는 그저 평범한 가족이었는데 어느 날 엄마 샬럿이 쓰러지면서 가정의 평화도 깨지고 맙니다. 의사가 암으로 진단했고 얼마 못 살 거라고 말해줬기 때문에 아빠는 기도를 더욱 열심히 합니다. 그래도 소용이 없자 아들이 아끼던 반려견까지 몰래 재물로 바쳐보지만 엄마는 얼마 후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리고 그날 밤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아빠도 십자가 아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요.

그래서 아빈은 아빠의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다행히 엄마 아빠를 잃은 충격을 잘 이겨내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의붓 여동생이 된 레노라와 잘 지냅니다. 그리고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서 생일을 맞은 어느 날 할아버지는 아들 윌라드에게서 선물로 받았던 권총을 손자에게 물려주고요.


레노라가 학교에서 짓궂은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당하는 것도 지켜주고 엄마 묘지 찾아갈 때도 늘 함께해주는데 남매 사이가 잠시 소원해지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교회에 새로운 목사가 부임했는데 그가 레노라에게 임신 시켰는데 책임을 지지 않는 목사의 행동에 레노라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결국 그녀는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자살을 해요. 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빈은 목사 주변을 맴돌며 증거를 수집하는데요. 목사의 민낯을 다 알게 된 아빈은 교회를 찾아가 아빠가 남겨준 총으로 복수를 하고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피해 갈까 봐 예전 살 던 집으로 떠납니다.

 

 

 


가는 도중에 차가 멈춰 서서 어쩔 수 없이 히치하이킹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칼과 샌디의 차를 얻어타게 됩니다. 칼과 샌디는 이미 여러 차례 살인사건에 연루됐다는 제보가 있었지만 샌디의 오빠가 경찰이라 무마를 하고 있었는데요. 사진가인 칼은 카메라만 들면 광기에 빠져 권총으로 모델이 된 사람들을 위협하며 극한의 공포를 느낀 사람들의 찰나의 순간을 필름에 담기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샌디도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그를 도와주고 있었고요. 이 사실을 어느 정도 눈치챈 오빠도 경고를 하지만 서로 대화가 잘 안되더라고요.

​아빈이 재수 없게도 그들 차를 얻어탔습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생리현상을 이유로 차를 외딴곳으로 몰고 가더니 일을 다 보고도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갈 테니 기다리라고 합니다. 아빈은 총을 갖고 있는 그가 의심스러워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그가 총을 꺼내는 모습을 보고는 먼저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겨버립니다. 차 안에 함께 있었던 샌디도 놀라서 총을 꺼내는데 아빈은 총을 버리라고 사정을 하지만 그녀는 방아쇠를 당깁니다. 하지만 잠시 후 샌디가 쓰러져요. 샌디가 총으로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칼이 그녀 총엔 공포탄만 넣어놨기 때문에 아빈이 한발 늦었지만 목숨을 구할 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공포 속에 가둬두고 사진을 찍었던 사람들의 말로 역시 별반 다르지 않네요. 아빈은 목사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동이 정당방위였음을 입증할 증거물을 현장에 남기고 그곳을 떠납니다.


아빈은 엄마 아빠랑 함께 살았던 고향집을 찾아와요. 하지만 이미 세월이 많이 지난 데다 불이 나서 집은 사라지고 없더라고요. 그래도 어릴 적 기억이 남아 있었는지 아빠랑 함께 기도했던 곳에 재물로 바쳐졌던 애완견을 찾아 이제 뼈밖에 남지 않았지만 무덤을 만들어줍니다.

​동생 샌디가 살해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리는 동생 집을 찾아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만한 것들을 모두 없애고 범인이 아빈이라는 걸 알고는 그를 찾아 기도터로 가서 그도 죽이려 하는데 이번에도 아빈이 한발 앞서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그리고 총을 애완견 무덤에 함께 묻고는 히치하이킹으로 과거도 인연도 전혀 없는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는데요. 차를 얻어 타고 가면서 졸리는데도 불안해 잠을 못 자던 그가 결국 잠드는 모습으로 영화가 끝나는 걸 보면서 이제서야 진정한 평안을 얻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THE DEVIL ALL THE TIME)는 비중 있는 배역을 맡은 주인공급 캐릭터가 많아서 영화가 같은 주제의 단편 여럿을 모아놓은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 저는 주인공 아빈 관점에서 정리를 해 봤습니다. 특정 사건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시간이 몇 년씩 점핑하는 경우가 많아서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게 되는데 좀 무거운 내용뿐이지만 참 괜찮았다 생각되는 영화입니다. 악이라고 하는 존재는 영화에서처럼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내 안에도 살아 숨 쉬고 있으며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요.





+ Recent posts